12월 행사전 애우당의 대청마루



샴크 - 레드슈가1-3

조반유리 - 터닝포인트 재판, 신간

단요한 - 비씨의 반복되는 하루

coy - 만드라고라 (고민중)

10월 행사전 애우당의 별채



파란오렌지 역전2

기묘 에고이스트

블랙벨벳 한여름밤의 꿈





뒷권빼곤 전부 하드물.lloruz

9월 행사전 애우당의 대청마루




그웬돌린 가면무 외전 

천상유애 당신의 개

언덕 아도니스 컴플렉스

란마루 천추세인 직수령 변경[얼른 변경폼 떠라]

유우지 재판은 고민중




이제 연우도령만 나오면 끝.


315. chihaya의 낙원에서 먼 애우당의 안채

제목 : 낙원에서 먼
작가 : chihaya





사실 요즘 난 동인지에 좀 질려 있는 상태였다. 어딜 둘러봐도 텍스트를 매체로 한 것들 중에 이 바닥 글만큼 다채롭게 하드한 장르는 흔치 않은지라, 떠나지 못하고 머물러 있긴 하지만, 뭐랄까. 동인지 특유의 소비성에 물려 버렸달까. 스트레스 해소용이니까 하고 웹에서 일부러 야하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단편 위주의 글만 봤는데도, 외려 노골적으로 목표지향적인 글이라서 그런가. 감정적 카타르시스는 없고, 풀려야 할 스트레스가 쌓이는 기분이 들고 마니, 동인지를 예약해도 언제봐도 상관 없는 내 책엔 손도 안 나가더라. 까놓고 말하자면, 이 책도 빌린 것이라 처음엔 반쯤 의무감에 펼쳐든 것이었다.

후회공의 범주에 드는 글이라는 말을 듣고 빌린 글이지만, 내게 보기에 낙원에서 먼은 치유계 소설이었다. 짝사랑에 지쳐 거짓으로도 자신을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을 만큼 외로운 한 남자와, 사랑 따윈 모른다는 듯 오만하게 서있지만, 결국은 사랑을 퍼주고 싶은 상대를 그리고 있었던 한 남자가 만나 서로를 보듬어 가기까지의 우여곡절을 그린. 

만나서 사랑인 줄 모르고 좋아 지내다가 만남처럼 쿨하게 헤어지는 첫번째 이야기도, 헤어졌다가 다시만나 사랑인 줄 모르고(혹은 알고 있지만 모르는 척 하고 있었을 뿐인) 사귀는 두 번째 이야기도, 사내에 아웃팅 되어 일시적으로 가진 것 전부를 잃고 반대급부로 결국 사랑을 되찾는 세번째 이야기도, 전부 다 의외라 할 만큼 좋았다. 실상 십년이 넘는 짝사랑에, 사랑해 라고 줄곧 속삭여주고 선물은 떠안겨 주지만 결국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남자를 사랑해 버린 수의 입장에서 쓰여진 글이라면, 보통 삽질을 하기 시작하면 지구 반대편까지 뚫고 나올 만큼 절절한 소재 아닌가. 그러나 이 글의 현수는 퍽 담담하다. 거짓사랑을 고하는 그 남자를 사랑한다는 걸 깨닫는 것을 자각하면서 헤어질 때마저도 어찌나 의연하던지. 아마도 난 그 모습이 좋았던 것 같다. 언뜻 마냥 약하고 순한듯 굴었던 녀석이 한 번 헤어졌던 태준을 다시 만나 이젠 헤어나올 수 없을 만큼의 사랑을 예감하고 그에 끌려가면서도 어떻게든 자신을 잃지 않고 바로 서있으려는 모습이. 그래서 현실적인 자극성과 악랄함으로 따지자면 최고도 수준에 속할 사내 아웃팅에도 그리 심한 심정적 어택을 받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꼭 그 일 때문은 아니라 해도 결과적으로는 아웃팅 이후 태준의 방황이 길다 보니, 꿋꿋하게 버텨주는 현수에게 더 애정이 갔달까. 

태준에게 끌려가는 현수의 심리상태는 설득력있게 그려졌고, 물론 1부와 2부 사이의 현수의 캐릭터성이 좀 많이 변한 듯 싶기도 했지만, 조금 변한 듯한 태준의 태도에 헷갈려 하면서도 끝까지 바로 서있으려 하는 현수에게 느껴지는 애잔함은 여전했다. 삽질을 하고 태도는 까칠해지되 몸은 흔쾌히 내줄 줄 아는 관대함도 흡족했고 말이다. 삽질 하느라 함께 잘 타이밍을 놓치는 적지 않은 글들에게 심오한 분노를 품고 있는 내게 이 작가는 진정 동인지의 미학을 아는 것처럼 느껴졌달까. 

심정적 어택이 심하여 눈물을 쏟게 만들거나, 막막 달달외전을 부르짖게 만들지는 않았으나, 낙원에서 먼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완성도를 보여주는 근사한 글이었다고 생각한다.




8월 행사전 애우당의 대청마루



1. 일루진 - 귀공자의 취미생활12 소책자외전

2. 사로니 - 비터 2

3. 조이 - 관계





기다리던 연우도령은 뒤로 밀리고, 뜻밖의 광고들로 예약이 느는구나. 그래도 아무튼 예약 마감.
 


314. jooki의 cloud 9 애우당의 안채

제목 : 클라우드 나인
작가 : 주키





하드물이 땡겨서 질렀는데, 기대했던 것만큼 하드하진 않았다. 작가가 광고에 자기 글치고는 상당히 달달한 글이라고 하긴 했지만, 그래도 소재가 감금인데 설마. 이렇게 생각했었달까. 근데, 정말 아니었다. 흑. 

다 읽고 난 지금은 뭐랄까. 나도 보편적인 많은 사람들처럼 주연커플보다는 조역 커플 쪽이 더 마음에 들었다. 아터랑 워렌첸은 첫 섹스부터 화끈해서, 음 어른의 사랑이란 이런 거지 싶었달까. 그에 반해 승찬과 엠케이는, 음, 승찬이가 너무 어려서, 엠케이가 다소 가여운 기분이 들었달까? 밥먹는 것만큼 섹스가 중요한 놈인데, 너치고는 참 징하게 참았지. 엠케이, 이 가여운 놈 같으니.

다 읽고 나니, 가장 아쉬운 점은 구조상의 문제였다. 내 보배로운 언니님과의 통화하다가 이 감금 장면이 글 전체에서 묘하게 따로 노는 기분이라, 외려 기대했던 감금 씬이 끝나고 나서가 더 재밌었다는 말이 나왔는데, 정말 그랬다. 감금 장면이 도입부분에서 삭제되고, 승찬이 새 경호원 아터를 만나 엠케이와 헷갈리며 도주하는 장면부터 시작했다면, 외려 흥미만점이었으리라. 아니 도대체 왜? 어째서 도망가지? 납치범은 누구야? 두근두근... 이런 기분으로? 그리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중간중간 감금씬이 조각조각 잘려서 나왔다면, 감금 이후 아터에 비해 이미지가 무척 약해서 주인공이라기엔 너무 존재감이 없었던 엠케이에도 개성을 부여할 수 있었으리라. 사실 나도 중간에 워렌첸이 나오는 장면이 나올 때까지만 해도 아터랑 엠케이를 헷갈려 하고 있었다. 솔직히 성격이 변한 것 같긴 한데, 덩치도 비슷하다고 하고... 뭐랄까, 감금 장면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승찬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라 그런지, 아니면 그 이전에도 엠케이의 이미지를 확실히 잡지 못해서 그런지, 도저히 낮과 밤의 경호원으로 불리는 두 사람이 분간이 안 되었달까. 아마 이 글을 본 많은 이들이 엠케이와 승찬이 아닌 아터와 워렌첸에게 빠진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광공 강공을 좋아하는 내가 보기에도 엠케이는 솔직히 별로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래도 맨 마지막의 시계 에피소드는 좋았다. 그 시계를 살 때 내가 느꼈던 기분은 돈으로 가치를 셈할 수 없을 테니, 라고 엠케이가 말했을 땐 살짝 두근거렸을 정도로. 


  

7월 행사전 애우당의 대청마루



아마긴 온리우편 밀랍 67

스탠 춘몽, 겨울이야기 재판

란마루 천추세인 34




이번엔 모조리 우편/ 귀찮음이 쩌는 구나

313. 장목단의 상사몽 애우당의 안채

제목 : 상사몽
작가 : 장목단
 





까놓고 말하자면, 상사몽은 예약 전부터 찜찜한 글이었다. 발췌가 정말 안 읽혔기 때문이다. 내가 워낙 발췌에 잘 낚이는 인종이라, 발췌만 보고 예약하고 운 적도 많았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시대물에, 내가 열광하는 황제광공 유형이 나오는데, 그닥 길지도 않은 발췌가 그렇게 눈에 안 들어오는 걸 보고, 솔직히 예약을 하기까지 꽤 주저했다. 결국 장터에 가서 낚는 수고가 싫어서 지르긴 했지만.

책으로 펼치자 다행스럽게도 생각보다 잘 읽혔다. 양 페이지의 편집체가 일관적이지 않고 작가 스스로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글자 폰트가 커졌다 작아졌다 한 것이 좀 거슬리긴 했지만, 뭐 그건 요새 워낙 서비스 좋은 동인지에 익숙해진 탓이라 하는 배부른 소리라 치고.

첫 작품이었던 미보소 때도 느꼈지만, 기본적으로 작가가 글쓰기와 자료조사에 성실한 타입이라, 이번에도 글에서 동양풍 시대물의 정취가 한껏 느껴져, 디테일은 참 좋았다. 글 안에서 차용해온 조선 왕조의 관직명과 선비들의 모습도 위화감 없이 어울렸고. 무엇보다도 등장인물이 구사하는 고아한 대사와 묘사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어휘선택의 고상함에는 몇 번이고 거듭 찬탄을 했다. 동인 바닥에 굴러들어와 적지 않은 동인지를 보았지만, 매조위만큼 말씨와 분위기가 품위있었던 황제는 없었고(혜성같은 신인작가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없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상사몽만큼 시대물의 고아한 분위기를 글 자체에서 보여준 작품은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근사했달까.

그렇기에 내가 이 글에서 받은 가장 압도적인 인상은 우아미였다. 한 마디로 고상하다. 주인공인 매조위도, 액자 식으로 교차되는 선제와 왕후, 그의 호위기사, 그리고 서브공으로 나오는 길여나, 글 안에서 단단히 악역으로 작용하는 의방까지도. 전부 다 너무 품위 있다. 사실, 난 그 점이 이 글이 동인지로서의 매력을 살리는 데 가장 커다란 약점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본디 실존인물을 모델로 삼아 그리는 글은 그만큼의 위험부담을 가지게 되는 법이긴 했지만, 연산군을 롤모델 삼아 그려냈다고 하기에 매조위는 앞서 말했듯 지나치게 고상했달까. 황제로서의 품위에 치우쳐, 그가 가진 정신적 트라우마와 광기를 살리는데 실패했다는 인상이었다.

게다가 그의 가슴에 진 응어리를 해갈시켜주기에, 정원이는 한 마디로 존재감이 너무 없었다. 하는 일도 별반 없었고. 뭐랄까, 나는 정원이 스스로 방을 떼어 황제인 매조위를 찾아 갔을 때만 해도, 그에게 뭔가 진취적인 구석이 있으리라 여겼다. 하지만 그가 조위를 만나 한 일이라곤, 첫 만남에서 키스를 거부했다는 이유에서 조위에게 깔리고, 흥분을 돋우는 수준의 얄팍한 저항을 하고, 몇 번의 방사 만에 느끼고, 그리고 오해를 사 괴롭힘을 당하고 결국 그에게 굴복하는 것 뿐인데, 이 모든 것이 침대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동인지라는 게 워낙 본능에 치중한 솔직담백한 글인지라 공과 수가 침대에서 보내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음은 실상 격찬 받아 마땅한 일이겠으나, 이 모든 과정에서 나는 조위와 정원의 로맨스 코드를 납득하지 못했다. 오히려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이 모든 과정이 과연 글 안에서 필요했나 싶었달까. 모진 말일지도 모르겠으나, 침대 밖에서의 정원의 의의를 난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리고 침대 안에서의 정원이는 대체 이 놈이 바로 그 놈인가 싶게 자꾸만 성격이 흔들려 당황스러웠고. 상사몽에서의 그는 정원이라는 인격체로서 글 안에서 존재하는 게 아니라, 몰개성한 실험체로서 주어진 자극에 반응을 보이는 것 같았달까. 그래서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조위 곁에 설 자가 정원이가 아니면 안 되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어졌다. 그리고 작가의 말처럼 어리석음과 잔인함은 둔자의 미덕인지라, 어떻게든 정원과의 커플링을 엮어주려는 작가의 안배를 글 안에서 발견할 때마다, 나는 설득되기 보다는 비뚤어졌다.  

내 비록 한없이 공편애에 가까워 공을 아프게 하는 수는 무조건 밉고, 밥보다 반찬에 신경쓰는 마니악한 독자라 원래 주연보다 조연에 더 잘 꽂히긴 하지만, 이 글에서의 정원은 정말 아니었다. 그리고 동인지에서 주인수에게 회의를 품어, 이 글의 주인수가 꼭 그 놈이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고 한다면, 그게 설령 디테일을 얼마나 잘 살렸든 간에 그건 이미 bl 장르 소설로서 실패했다는 게 내 판단이다.

이 작가의 1호지에서 분명히 느꼈던 매혹을 상사몽에서 거의 느낄 수 없었던 것은, 작가의 비껴난 시선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주어진 글을 읽고 나불나불 떠드는 게 전부인 독자주제에 시건방진 태도란 건 알지만, 상사몽에선 작가의 조연에 대한 편애가 지나쳤다. 

그야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지만, 유난히 더 아픈 손가락은 있을 수 있는 법이고, 작가도 사람이니 제 자식이라 하는 캐릭터 중에서 더 정이 가는 놈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건 단지 텍스트를 읽는다, 는 수동적인 행위를 하고 있을 뿐인 내게도 빤히 보였다. 후기에서 (작가의 측근이 지적하고)작가 스스로 시인했듯 이 글의 주인공은 조위의 모친이자 황후였던 수향과 그의 호위무사였던 건원이라는 것이. 그들의 비극적인 사랑이 글 전반을 지배하여 조위와 정원의 존재감을 형편없이 갉아먹었다. 때때로 이게 왜 동인지로 나와야 했을까 회의가 불쑥불쑥 치밀어올랐을 정도로. 

작가는 황후 커플링을 과감히 쳐버렸어야 옳았다. 그리고 조위의 이중성과 상처를 좀 더 집요하게 파고들어, 그 놈과 독자와의 일체감을 충동질하고, 정원이 그를 두려워하고 꺼리고 미워하면서도 끌려가 사랑으로 모든것을 구원하는 스토리의 포석을 깔아야만 했다. 단지 피상적으로 정원이 했던 '잘생겼는데요' 한 마디만을 곱씹으면서, 그랬던 그대가 이제와 왜 내게 상심을 주지? 하며 지나가는 차로 슬퍼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아니면 의방과 길여를 좀더 사악한 적대 세력으로 내세우고, 수족이 묶이고 눈과 귀가 덮인 왕의 고뇌를 좀 더 절절하게 묘사해도 좋았으리라. 그게 아니라면, 차라리 정원의 성격을 지금보다 밝게 하여, 조위의 어두움과 정원의 밝음을 대비시켜 비맞은 버들가지처럼 축 늘어진 글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것도 멋진 선택이었으리라.

하지만 아쉽게도 상사몽 1권은 이미 나와버렸고, 엎질러진 물이야 흘러담을 수 없는 법이니. 글 안 여기저기 떨어진 갈등을 잘 갈무리해 멋진 결말이 나와주기를 소망한다. 더불어 조만간 나올 2권에서는 조위와 정원의 개인적 매력도 조금 더 드러나길. 



312. 그린티 1호 - 이시구로 시리즈 애우당의 안채

제목 : 이시구로 시리즈
작가 : 요시다 타마키 (그린티1호, 7호, 10호)






모 동에 꽤 재밌는 추천이 올라온 적 있다. 수가 명기인 글을 추천해 주세요, 하고. 그에 많은 추천이 올라왔지만, 내가 그 글을 보고 번뜩 뇌리에 스쳤던 것은 이시구로 시리즈에 나오는 주인수 치사토였다. 책략이라기에도 의도가 빤히 보이는 천상천아 유아독존 격의 귀축왕 이시구로 카즈오미 씨의 농간에 홀라당 넘어가 박히고 바로 하악하악해주는 치사토만큼 거시기가 명기인 놈도 흔치 않으리라. 심지어 이 글 속에서 치사토는 거의 고통을 느끼는 적도 없다. 우스개소리로 아무리 굴러도 죽지 않는 수를 빗대어 몸이 비밀병기냔 빈정거림이 있지만, 치사토의 거시기의 내구성이란 품질보증마크를 찍어줘도 아깝지 않을 듯. 

이 바닥에 귀축공을 표방하며 많은 글이 쏟아져 나왔지만, 나는 이 시리즈의 주인공 카즈오미에 필적할 수 있는 귀축공은 올 상반기를 화려하게 불태웠던 귀축안경 게임의 메가네 카츠야군 정도랄까. 그런 것을 보면 확실히 일본인은 대단한 것 같기도(어째 핀트가 어긋난 칭찬 같지만) 그나마 메가네 군이 외전격인 귀축안경r에서 작심하고 로맨티스트로 변신했기에, 역시 귀축왕의 타이틀은 이시구로 카즈오미군에게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아무래도 국내 동인쪽 작가들은 아직 카즈오미씨처럼 다정하지만 뼛속까지 변태를 거침없이 다루기엔 너무도 순결하시달까. 그래서 국내에서 인기있는 것은 대놓고 귀축왕이 아니라 미친놈근성을 살포시 접어놓는 내숭공, 이중인격공, 뭐 이런 놈들이지. 이런 것만 봐도 국내 동인쪽 작가들이나 독자들의 내숭은 일본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달까.

아무튼 본론으로 들어가서 내가 이 글을 알게 된 것은 [놀라운 조교물이 있어]라는 보배로운 언니님의 추천 때문이었다. 조교를 거쳐 개가 된 걸 아주 행복하게 여기는 신선한 글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냉큼 장터로 뛰어가 날름 낚았달까. 그렇게 구한 이 책은 제대로 된 조교물과 강도높은 수치플레이에 목말라 있던 내겐 단비와도 같은 글이었다. 사람이 어느 정도의 경지에 이르면 티가 거의 안난다고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카즈오미의 귀축도는 가히 신의 경지에 이르렀달까. 저항감을 갖기엔 천연덕스러울 정도로 능글맞은 변삘을 지닌 카즈오미의 근사한 성격 탓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일반적인 귀축광공했을 때 떠올릴 수 있을 법한 강압적인 태도와 달리, 카즈오미는 글 속에서 결코 치사토를 윽박지르지 않는다. 그저 웃는 얼굴로 생글생글 다가가 밀어랍시고 속삭이는 말들이 하나같이 / 자네는 남창이라도 될 수 있을 것 같아/ 얼굴에 뿌려지는 건 내 것이 되었다는 느낌이어서 굉장히 느끼겠지? / 내 밀크는 굉장히 맛있다구, 내 애정이 듬뿍 담겨 있으니까. 빨리 핥고 싶어? / 등등일 뿐. 사람을 개취급하며 지배하면서도 단 한 번도 치사토를 윽박지르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아 역시 때리고 겁줘서 지배하는 건 하수이구나 싶었달까. 다정하게 웃으면서 내뱉는 말들이 하나같이 치명상인지라 치사토는 우물쭈물 울먹울먹 하면서도 무지막지하게 느끼다 못해 조교완성 후 급기야 '카즈오미상의 개가 되어 행복해요.'라고 속삭이고 진짜 개처럼 살아간다는, 시종일관 골 때리는 작품이어서 다 읽고나자 YOU WIN을 외치지 않을 수 없었달까. 아, 내가 왜 번역지의 맛을 이리 뒤늦게 깨달았을까. 시리즈가 더 나올 것 같지도 않지만, 이리 멋진 글이 나온다 해도 저작권법과 번역과 검열의 장벽 앞에서 현해탄을 건너지 못하리란 생각에 눈물이 절로 앞을 가린다.

 세상은 좁고 여섯자 건너면 다 아는 사이라는데 내 지인들 중에는 조교+SM+하극상+엽기발랄 하드물을 전문으로 하는 작가가 왜 없단 말인가! 쳇! 감상은 언제든 갖다 바칠 터이니 언제든 찌르는 족족 내 취향의 글을 줄줄이 뽑아주는 능력자 작가님 하나만 점지해 주셨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이.
   


311. sadonyx의 M남 애우당의 안채

제목 : M남
작가 : 사도닉스(홍마노)




공의 카리스마를 하늘같이 떠받드는 동인계에서는 보기 드문 매져공을 다룬 글이다. 그웬돌린의 앙앙을 기점으로 동인계의 sm에서도 일본계 조교물과는 현저히 다른, 차별화된 한국계 sm물이 탄생하는가 두근거리며 기대했던 것에 비해서는 매져공의 등장은 꽤 늦어졌지만, 뭐 떡대수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 것도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니 이마저도 놀라운 시도라고 해야 하는 걸까. 조교물을 좋아하고 SM도 없어 못본다 하니 내가 변*인 것이야 새삼 가릴 것도 없어 서슴 없이 털어놓지만, 나는 매맞는 공이 좋다. (그게 묘하게 귀엽다) 안 그래도 자연에 반하는 짓을 하느라 뼈를 깎는 고초를 겪는 수가 매까지 맞아야 하느냔 말이다. 형평성, 뭐 그런 게 좋지 않느냐고. 그러고 보니 동인계는 꽤나 불평등한 관계가 고착되어 있는 곳이다. 리버스도 안돼, 일공다수란 말도 없어, 수의 청년막도 지켜줘야 해, 윤간은 당근 안돼, 3P나 굴림수도 기피해, 떡대수도 비교적 최근까진 레어 아이템이었지. 그런 와중에 대놓고 매져공이라니! 내가 기대 안할 수 있느냔 말이다. 

음 그러나, 기대를 잔뜩 품고 펼쳐든 M남은 내 바람과는 삐끗한 글이었다. 읽는 내 나는 작가 본인의 취향과 동인계 독자의 입맛 사이에서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을 여실하게 느꼈다고 한다면, 작가가 피땀 흘려가며 쓴 글을 희희낙락 읽는 게 전부인 독자 주제에 너무 시건방진 발언이려나? 

거창하게 매져공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온 레이먼은, 글쎄 내가 보기엔 일반 광공에 개성부여의 차원에서 약간의 매저끼만 살짝 덧입힌 형국이었달까. 플레이 도중을 제외하곤 채윤에게 새드의 기질을 거의 발견할 수 없었던 것처럼. 연애 중에도 주체할 수 없는 새디스트의 기질을 피부처럼 덧붙이고 있던 앙앙의 화영 커플과는 꽤나 달랐다. 

동인지에 꼭 씬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다름과 같이 답할 거다. "없어도 상관없지. 하지만 어지간하지 않다면 그 때문에 읽지도 않고, 사지도 않을 거라고." SM물에 꼭 씬이 필요하냐고 누군가 질문한다면, 난 다음과 같이 답할 거다. "당연말밥"이라고. 누가 제대로 씬이 나오지 않는 SM을 볼 것인가? 눈을 반짝이며 매져공에 홀렸어도 내가 M남을 예약하지 않았던 것은 연재분을 지켜보는 내 제대로 씬이 나온 바 없었기 때문이다.

SM에 매져공을 표방하고 있음에도 이 글의 본편에선 놀랍게도 합방이 하나도 안 나온다. 그저 조교뿐. 그것도 거진 수치플레이고, 수치를 즐겨주신다는 공님 레이먼의 까칠한 카리스마는 그가 무릎을 꿇어도, 그가 수의 구두를 핥아도 그닥 무너지지 않는다. 신음조차 자제하는 분위기랄까. 수가 수치를 요구하며 내던지는 질문에도 거의 대답 안하고, 표정에 드러난 수치의 흔적도 찾을 수 없으리만큼 두터운 가면을 쓰고 플레이를 하니까. 그대신 부족해진 독자의 욕구불만을 작가는 가여운 처지와 더러운 가족관계에서 질척대는 수를 공이 계략과 돈으로 끄집어 주는 로맨스로 대신한다. 바로 이 점에서 내가 작가의 고민을 느꼈달까. 얻어맞고 구르는 게 좋아도 재력있고 멋지고 간지나야 하는 공을 만들기 위한 작가의 피나는 노력이 아니고서야 이 글에 삽입된 로맨스 코드를 뭐라 설명할 수 있으랴. 

왜 개그물이 아니고서야 공은 수에게 얻어맞아서 하악하악하지 못하는 것인가. SM을 쓰는 게 부끄러운 걸까. 아니면 맞는공의 존재가 수치스러운가? 어지간한 공들의 베드토크를 보면 난 죽었다 깨어나도 남부끄러워서 결코 타자 치지 못할 법한 대사들이 차고 넘치니(이 시점에서는 내가 귀축안경게임의 귀축타 플레이 3콤보를 올클리어했다는 사실은 잊자, 그건 일본어 원문이었고, 변형해봐야 가타카나 영타였다.), 작가들이란 1인수치플레이의 달인일진대, 매져공을 다룸에 왜 그리 손속에 정을 두시는지. 어차피 판타지나 학원물이나 조폭물이나 SM이나, 그게 다 야오이 아닌가 라고 꿍얼대면 그건 역시 내 좋을 대로의 해석인 걸까. 

그나저나 약조와 외길이 책으로 나오니 하는 말이지만, DF의 섹슈얼 환타지는 책으로 안 나오려나. SM을 가장 이상적인 방식으로 형상화한 작품이었는데. 제발 책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나오기만 한다면 5000원짜리 문고판이어도 좋은데. 누가 책 좀 내라고 작가님 옆구리 좀 찔러줬음 좋겠다.    

 




310. 나초의 개화 애우당의 안채

제목 : 개화
작가 : 나초 





아, 부끄러웠다. 읽는 동안에도 그랬지만, 다 읽고 나서도 이렇게 부끄러운 기분이 길게 남아있는 글은 꽤 오랜만인 듯. 무엇이 그리도 부끄러웠느냐고 혹시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이 한권의 책 안에 결집되어 있는 모든 동인적 요소라 답하겠다. 글 속에서 서슴 없이 흘러나오는 몸로비라는 단어, 스토리 전개상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키워드인 밀애와 발각, 속임수, 내기, 기만, 여자와의 과거, 배신과 복수, 이물질 역을 하는 조역수, 짝사랑, 자살기도, 폭력성 관계, 망나니 재벌3세까지. 저 중 몇 가지는 아침 드라마에 결코 빠지지 않는 키워드이기까지 하다. 저 친숙한 키워드들이 글 안에서 주인공수의 커플링 확립이란 단 한 가지의 목적만을 향해 곧게 뻗어나가는데, 그 과정이 어찌나 노골적이던지. 내가 못된 독자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내가 이 글을 읽는 내 떨쳐낼 수 없었던 단 하나의 인상이 있다면, 도저히 숨길 수 없는 적나라함, 바로 그것이었다. 

내용 자체는 개화라는 제목이 줄 수 있는 기대만큼 하드하진 않았다. 윤선중은 자타공인 망나니에 입에 걸레를 문 캐릭터지만, 후회공이 대세인 요즘 마음을 둔 수를 막 굴리고도 자기의 과오를 후회하고 헌신공으로의 변모를 한 권 안에서 선보일 수 있을 정도로 구성력과 가지치기에 능수능란한 신예가 흔할 정도로 인생살이가 녹록한 것도 아니고. 이름조차 안 나올, 혹은 이름만 겨우 나올 뿐인 조역 및 엑스트라에겐 잔인하게 굴어도 나름 준태에게는 밀고당기기를 보일 정도의 융통성을 보였기에, 합방 씬은 내 예상보다 소프트했고, 윤선중의 더티토크는 동인바닥에서 닳고 닳은 독자의 귀에는 뭐, 이 정도야 광의의 밀어 수준이라 넘길 수 있었달까.  

사랑하던 여자의 배신으로 상심한 나머지 결국 거래처 망나니 후계자와의 몸로비까지 벌일 정도로 바닥에 떨어진 수는 지극히 야오이적으로 바람직한 나약함과 비열함을 지니고 있었고, 저질스러운 행각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시선을 돌릴 수 없는 압박감으로 다가오는 공 윤선중의 존재감은 어딘지 일본색이 짙게 풍기는 작위적 인상을 주었다. 그리고 여자의 배신과 이해할 수 없는 사장의 후의, 예기지 못한 방식으로 이루어진 대가성 관계가 헤어나올 수 없을 지경에 이르러서야 밝혀지는 공의 계략은 캐릭터의 전형성 못지 않는 노골적인 전형성을 보여주었다. 그 모든 것들 중에서 단 한 장면 잊을 수 없는 장면이 있었다면, 맨 처음 준태에게 약점을 공유할 것을 강요하며 윤선중이 제 수중에 있던 남창 익선을 떠밀며 '내 여자랑 자요' 라고 말하는 대목. 그 장면만큼은 내가 본 동인소설 중 가장 노골적이었던 큰대문집과통하다 와 대비해도 모자라지 않을 만큼의 파장을 준 장면이었다.  

확실히 야한 것과 적나라한 건 다르다. 그걸 다시 한 번 느꼈다.

 

309. 열쇠의 AUGUST 애우당의 안채

제목 : AUGUST
작가 : 열쇠 



모처럼의 법정물이니, 나도 흉내 좀 내고 싶어졌다

AUGUST 변형사례 유제1) A는 자기 소유 부동산을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수 제의한 B에게 매도하고 계약금 및 중도금을 수령한 상태에서 매도사실에 대해 선의인 C가 시세보다 높은 가격을 쳐주기로 하자 동일 부동산을 다시 매도하여 계약금을 수령하였는데, 후에 당사자 모두가 이 일을 알게 되어 A는 B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계약을 해제한 후 본 부동산을 C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주기로 합의하였다. 하지만 A는 위 금원을 B에게 지급하지 아니하고 C로부터 잔금까지 지급받은 후 B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경료하여 주었다 할 때,
자, 여기서 문제 하나) 위 사안에서 가장 나쁜 놈은 누구인가? 
1)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매수 제의한 B인가? 2)아무 것도 모르고 뒤늦게 계약에 뛰어든 C인가? 3) B를 마음고생은 다시키고, C를 잔뜩 기대하게 만들었다가 배신때리고, 저 좋을 대로 한 A인가?


정답: 누가봐도 나쁜 놈은 명료하다. A다!

왜 뜬금없는 이중매매 사안을 적어놓았느냐면, 여기서 내가 A에 대해 느낀 나쁜 인상과 선민에 대해 느낀 격분이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위 사안의 <부동산>을 <선민의 사랑>이라고 치환하고, A를 정선민, B를 김현일, C를 한가온으로 치환해 보자. 
선민은 폭력과 금전을 동원하여 일반적인 연애 수준보다 미달한 채 (시세보다 낮은 가격 매수제의)로 자기의 사랑을 김현일에게 넘겼다. 여기서 계약금과 중도금 수령은 섹스및동거상태 쯤으로 보면 되겠다. 어느 날, 샤방샤방꽃미모와 다정다감과 공주님대우를 무기로 한, 가온이 등장하여 '사랑이란 달콤하고 부드러운 것'(시세보다 높은 가격매수제의)을 일깨워준다. 그래서 선민은 솔로인 양 굴어(이중매매 사실 숨김) 한가온과 우리이제슬슬사귀어보아요(계약체결)하게 된다. 그러면서 트라우마를 핑계로 몸은 안 주니, 중도금 수령은 못한 게 되겠다. 이 와중에 한가온과의 데이트 중 김현일과의 조우로 저간의 사정(이중매매사실 드러남)을 들키고 만다. 그러자 선민은 영악하게도 현일에게는 '암만깔아봐야난동의안했으니이건강간' 이라며 헤어질 것을 제의(손해배상은 동침 쯤 되줄 테고, 이별통고는 계약해제 정도 되겠지), 발끈하는 가온에게는 '사태해결후 내발로당신에게갈게요'(소유권이전등기절차경료 합의)를 시전하여 삼자합의를 도출한다. 그리고나서는 연인이 되었다고 착각한 가온으로부터 잔금지급을 받은 후(돈주고 마음주고 미래주고 사랑주어 헌신한 가온에게는 결국 몸조차 주지 않는다는 점이 선민에 대한 내 가장 지대한 분노 포인트가 되겠다. 정선민, 이 악마같은 자식.), 결국 현일에게 네 향후 14년을 내가 책임져주마(소유권이전등기경료)라며 날아가 정착한다. 그리고 처벌받지 않는 A처럼 정선민은 알콩달콩 외전까지 줄줄 낳으며 아주 잘 먹고 잘 산다. 대체 가온이는! 가온이는 어쩌란 말이야. ㅠㅠ  

내가 공편애라 그런가. 나는 사실 사람들이 왜 현일이만 개아가공이라고 뭐라 하는지 모르겠다. 그럼 사람하고 짐승하고 똑같은 방식으로 사랑할 수 있는 줄 알았단 말인가? 현일이 자식은 천상 짐승, 그 자체로 사랑한 것 뿐이거늘. 상대가 암컷이 아니라 사람이라서 그렇지. 아무튼, 내 많은 동인지를 읽었지만, 선민이 만큼 열받는 수는 조나단(조나단 혹은 악덕의 승리, 하일트) 이후로 처음 봤다.  대체 여기서 한가온은 대체 뭐냔 말이야.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심신 양면으로 농락하고, 동거까지 한 주제에 몸도 안주고, 그래놓고서 잘 있어, 안녕이라니. 우유부단과 지지부진한 미련도 악덕이라고 한다면, 어거스트의 진정한 악당은 정선민이다!

여기서 홍반장이 언급조차 되지 않은 까닭은 홍반장은 연검사 소유(진형이 진짜 귀엽다. 깨물면 솜사탕 맛이 날 듯, 이 놈 귀여움과 가온에 대한 안쓰러움으로 다 읽었지, 이 책을.)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선민에 대한 캐분노가 가라앉고 나면 제대로 리뷰를 남길 수 있을지도.
   
  


1 2 3 4 5 6 7 8 9 10 다음


이 블로그는 주인장의 독서 취향이 다분히 가미된 다수의 사적인 리뷰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꼬리말을 작성하시거나 해당 글을 읽으실 때에 그 점을 유념해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이글루를 통한 동인홈 주소 및 책 구매 및 판매 문의 사절합니다.
마지막으로 링크와 트랙백은 신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W 위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