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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 나초의 개화 애우당의 안채

제목 : 개화
작가 : 나초 





아, 부끄러웠다. 읽는 동안에도 그랬지만, 다 읽고 나서도 이렇게 부끄러운 기분이 길게 남아있는 글은 꽤 오랜만인 듯. 무엇이 그리도 부끄러웠느냐고 혹시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이 한권의 책 안에 결집되어 있는 모든 동인적 요소라 답하겠다. 글 속에서 서슴 없이 흘러나오는 몸로비라는 단어, 스토리 전개상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키워드인 밀애와 발각, 속임수, 내기, 기만, 여자와의 과거, 배신과 복수, 이물질 역을 하는 조역수, 짝사랑, 자살기도, 폭력성 관계, 망나니 재벌3세까지. 저 중 몇 가지는 아침 드라마에 결코 빠지지 않는 키워드이기까지 하다. 저 친숙한 키워드들이 글 안에서 주인공수의 커플링 확립이란 단 한 가지의 목적만을 향해 곧게 뻗어나가는데, 그 과정이 어찌나 노골적이던지. 내가 못된 독자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내가 이 글을 읽는 내 떨쳐낼 수 없었던 단 하나의 인상이 있다면, 도저히 숨길 수 없는 적나라함, 바로 그것이었다. 

내용 자체는 개화라는 제목이 줄 수 있는 기대만큼 하드하진 않았다. 윤선중은 자타공인 망나니에 입에 걸레를 문 캐릭터지만, 후회공이 대세인 요즘 마음을 둔 수를 막 굴리고도 자기의 과오를 후회하고 헌신공으로의 변모를 한 권 안에서 선보일 수 있을 정도로 구성력과 가지치기에 능수능란한 신예가 흔할 정도로 인생살이가 녹록한 것도 아니고. 이름조차 안 나올, 혹은 이름만 겨우 나올 뿐인 조역 및 엑스트라에겐 잔인하게 굴어도 나름 준태에게는 밀고당기기를 보일 정도의 융통성을 보였기에, 합방 씬은 내 예상보다 소프트했고, 윤선중의 더티토크는 동인바닥에서 닳고 닳은 독자의 귀에는 뭐, 이 정도야 광의의 밀어 수준이라 넘길 수 있었달까.  

사랑하던 여자의 배신으로 상심한 나머지 결국 거래처 망나니 후계자와의 몸로비까지 벌일 정도로 바닥에 떨어진 수는 지극히 야오이적으로 바람직한 나약함과 비열함을 지니고 있었고, 저질스러운 행각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시선을 돌릴 수 없는 압박감으로 다가오는 공 윤선중의 존재감은 어딘지 일본색이 짙게 풍기는 작위적 인상을 주었다. 그리고 여자의 배신과 이해할 수 없는 사장의 후의, 예기지 못한 방식으로 이루어진 대가성 관계가 헤어나올 수 없을 지경에 이르러서야 밝혀지는 공의 계략은 캐릭터의 전형성 못지 않는 노골적인 전형성을 보여주었다. 그 모든 것들 중에서 단 한 장면 잊을 수 없는 장면이 있었다면, 맨 처음 준태에게 약점을 공유할 것을 강요하며 윤선중이 제 수중에 있던 남창 익선을 떠밀며 '내 여자랑 자요' 라고 말하는 대목. 그 장면만큼은 내가 본 동인소설 중 가장 노골적이었던 큰대문집과통하다 와 대비해도 모자라지 않을 만큼의 파장을 준 장면이었다.  

확실히 야한 것과 적나라한 건 다르다. 그걸 다시 한 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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