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이시구로 시리즈
작가 : 요시다 타마키 (그린티1호, 7호, 10호)
모 동에 꽤 재밌는 추천이 올라온 적 있다. 수가 명기인 글을 추천해 주세요, 하고. 그에 많은 추천이 올라왔지만, 내가 그 글을 보고 번뜩 뇌리에 스쳤던 것은 이시구로 시리즈에 나오는 주인수 치사토였다. 책략이라기에도 의도가 빤히 보이는 천상천아 유아독존 격의 귀축왕 이시구로 카즈오미 씨의 농간에 홀라당 넘어가 박히고 바로 하악하악해주는 치사토만큼 거시기가 명기인 놈도 흔치 않으리라. 심지어 이 글 속에서 치사토는 거의 고통을 느끼는 적도 없다. 우스개소리로 아무리 굴러도 죽지 않는 수를 빗대어 몸이 비밀병기냔 빈정거림이 있지만, 치사토의 거시기의 내구성이란 품질보증마크를 찍어줘도 아깝지 않을 듯.
이 바닥에 귀축공을 표방하며 많은 글이 쏟아져 나왔지만, 나는 이 시리즈의 주인공 카즈오미에 필적할 수 있는 귀축공은 올 상반기를 화려하게 불태웠던 귀축안경 게임의 메가네 카츠야군 정도랄까. 그런 것을 보면 확실히 일본인은 대단한 것 같기도(어째 핀트가 어긋난 칭찬 같지만) 그나마 메가네 군이 외전격인 귀축안경r에서 작심하고 로맨티스트로 변신했기에, 역시 귀축왕의 타이틀은 이시구로 카즈오미군에게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아무래도 국내 동인쪽 작가들은 아직 카즈오미씨처럼 다정하지만 뼛속까지 변태를 거침없이 다루기엔 너무도 순결하시달까. 그래서 국내에서 인기있는 것은 대놓고 귀축왕이 아니라 미친놈근성을 살포시 접어놓는 내숭공, 이중인격공, 뭐 이런 놈들이지. 이런 것만 봐도 국내 동인쪽 작가들이나 독자들의 내숭은 일본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달까.
아무튼 본론으로 들어가서 내가 이 글을 알게 된 것은 [놀라운 조교물이 있어]라는 보배로운 언니님의 추천 때문이었다. 조교를 거쳐 개가 된 걸 아주 행복하게 여기는 신선한 글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냉큼 장터로 뛰어가 날름 낚았달까. 그렇게 구한 이 책은 제대로 된 조교물과 강도높은 수치플레이에 목말라 있던 내겐 단비와도 같은 글이었다. 사람이 어느 정도의 경지에 이르면 티가 거의 안난다고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카즈오미의 귀축도는 가히 신의 경지에 이르렀달까. 저항감을 갖기엔 천연덕스러울 정도로 능글맞은 변삘을 지닌 카즈오미의 근사한 성격 탓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일반적인 귀축광공했을 때 떠올릴 수 있을 법한 강압적인 태도와 달리, 카즈오미는 글 속에서 결코 치사토를 윽박지르지 않는다. 그저 웃는 얼굴로 생글생글 다가가 밀어랍시고 속삭이는 말들이 하나같이 / 자네는 남창이라도 될 수 있을 것 같아/ 얼굴에 뿌려지는 건 내 것이 되었다는 느낌이어서 굉장히 느끼겠지? / 내 밀크는 굉장히 맛있다구, 내 애정이 듬뿍 담겨 있으니까. 빨리 핥고 싶어? / 등등일 뿐. 사람을 개취급하며 지배하면서도 단 한 번도 치사토를 윽박지르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아 역시 때리고 겁줘서 지배하는 건 하수이구나 싶었달까. 다정하게 웃으면서 내뱉는 말들이 하나같이 치명상인지라 치사토는 우물쭈물 울먹울먹 하면서도 무지막지하게 느끼다 못해 조교완성 후 급기야 '카즈오미상의 개가 되어 행복해요.'라고 속삭이고 진짜 개처럼 살아간다는, 시종일관 골 때리는 작품이어서 다 읽고나자 YOU WIN을 외치지 않을 수 없었달까. 아, 내가 왜 번역지의 맛을 이리 뒤늦게 깨달았을까. 시리즈가 더 나올 것 같지도 않지만, 이리 멋진 글이 나온다 해도 저작권법과 번역과 검열의 장벽 앞에서 현해탄을 건너지 못하리란 생각에 눈물이 절로 앞을 가린다.
세상은 좁고 여섯자 건너면 다 아는 사이라는데 내 지인들 중에는 조교+SM+하극상+엽기발랄 하드물을 전문으로 하는 작가가 왜 없단 말인가! 쳇! 감상은 언제든 갖다 바칠 터이니 언제든 찌르는 족족 내 취향의 글을 줄줄이 뽑아주는 능력자 작가님 하나만 점지해 주셨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이.
- 2009/06/17 22:53
- hancue.egloos.com/2349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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